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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기차역에서의 작은 깨달음 - 대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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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때문에 매주 1~2번씩은 반드시 KTX를 타고 서울을 간다.
벌써 몇 년째 그렇게 다니는 길...
여행을 그렇게 좋아하고, 기차를 좋아하면서도 이젠 익숙해져서 일까?
아니면 일 때문에 기차를 탄다는 생각 때문이어서일까?
매주 그렇게 기차를 타고 다니면서도 설렘이나 자유로움 뭐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은 거의 없다.

그러다 어느 블로그에서 혼자 하는 여행에 관한 글을 읽고나서
매주 혼자 서울을 오가는 이 여정을 혼자하는 여행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큰 맘을 먹고 어제는 카메라를 들고 길을 나섰다.

그랬는데...
어제 대전역에 폭우가 쏟아졌다... 나의 기대를 무색케 하듯이...
신발, 바지까지 흠뻑 젖어 찝찝했지만 카메라를 들고 왔는데 그냥 있을 수는 없지...
그래서 비오는 대전역을 담아 보았다.


 


물을 흠뻑 먹은 나무와 철길, 그리고 자갈이 독특한 느낌을 전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몇 년을 기차를 타고 다니면서 비 오는 날도 많았는데
이런 느낌을 가져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늘 보던 그런 시선 말고 또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해 주는 놀라운 힘...
바로 카메라가 담고 있는 매력인 것 같다.

 


다른 때 같으면 옷과 신발이 젖어 찝찝하다며 짜증스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텐데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찝찝함 보다는
마치 여행을 떠난 것처럼 마음의 평화로움과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하긴... 
매주 한 두번씩 꼬박꼬박 기차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잘 생각해 보면 참 큰 축복이고 행복일 수 있는데...
매주 혼자서 여유롭게 기차 여행을 하면서도
그 시간이 소중한 여행의 시간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음을 어제서야 깨달았던 것이다.

덕분에 기차에 올라서 여러가지 생각을 해 볼 수 있었고
늘 스쳐 지나는 풍경들을 새롭게 볼 수 있었다.



대전을 벗어나자 거짓말처럼 이렇게 날이 활짝 개었다.
정신없는 속도로 달리는 KTX...

지금껏 나도 이런 속도로 내 삶을 그냥 내달려 온 것만 같다
조금만 여유를 가지면 참 풍요로운 것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조금만 여유를 가지면 매주 하는 기차여행을 통해 작은 자유와 행복, 기쁨들을 찾을 수 있는데...

이제 가끔은 카메라를 갖고 다녀야겠다.
조금은 무겁지만 이렇게 또 다른 눈으로 내 삶을 볼 수 있게 해 주니까 말이다...

내일 또 서울을 가야 한다...
아마도 내일은 조금은 다른 마음으로 KTX를 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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