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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에서 만난 특별한 일출...

Free Backpacker의 여행 이야기/아시아

by Free backpacker 2011. 11. 25.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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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밤 00:40에 비행기를 타고 아침에 인천 공항에 내렸다.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늦은 시간에 비행기를 타면 녹초가 되기 마련...
그런데 잠이 오지 않는거다... 이러면 안되는데 ㅜㅜ
얼마쯤 지났을까? 기내식을 준다... 자겠다는 일념으로 와인 한잔을 마시고 잠깐 잠이 들었다.

근데 갑자기 잠이 깼다... 시계를 본다... 우씨~ 얼마 자지도 못했잖아?
투덜거리며 창밖을 보니 저런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구름이 마치 땅처럼 깔려 있고 그 위로 새벽 하늘이 붉게 물들어간다...

어찌나 아름답던지...
너무나도 감동적인 풍경에 사진을 찍을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그저 한동안 넋을 잃고 창밖을 본다.

그러다가... 아~ 사진을 찍어야지 하는 생각이 그제서야 든다
부랴부랴 카메라를 내려서 사진기를 들이대는데 이거 영 힘들다...

나는 통로쪽에 앉아 있었고 옆자리에는 모르는 사람이 앉았는데 그 사람이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일행이라면 깨워서 사진좀 찍게 자리를 바꾸자고 하겠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고, 그 사람을 깨우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몸을 기울여 보지만 에휴...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해가 솟아 오른다.
붉은 불덩이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그 장면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매일 보는 흔한 태양일 뿐인데...
사실 그 태양은 이렇게 아름답고 감동적인 모습으로 매일 떠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발악을 해 보지만
옆 사람 몸 때문에 도저히 카메라를 창쪽으로 들이댈 수가 없다 ㅜㅜ

아~ 어찌하여 이런 일이...

혹시라도 비는 자리가 있을까 해서 다른 자리들을 살펴 보았지만 비는 자리가 없다...
정말 이런 기회 흔치 않은데...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른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조금씩 해가 솟아 오르는 장면을 감동적으로 마음으로 담을 수밖에...

나는 일출을 담지 못하는 것을 이렇게 안타까워 하는데
정작 좋은 자리에 앉아 있는 그 사람은 잠에 빠져서
얼마나 감동적인 장면이 펼쳐지는지 알아보지도 못하고 있다

순간 작은 생각 하나가 머리속을 스쳐간다...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자리에 있더라도
저렇게 잠들어 있으면 아무것도 느낄 수도, 담을 수도 없는 것이구나...

혹시 나는 내 삶이라는 하늘 위에 떠오르는 태양을 알아보지 못하고 잠들고 있지는 않을까?
혹시 나에게 주어지는 소중한 아름다움을 담아낼 수 있는 자리에 있지 못하고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것만을 안타까워 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지는 않을까?

아무리 아름다운 태양이 솟아 올라도 잠들어 있으면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고,
그 아름다움을 알아본다 하더라도 이렇게 자리를 제대로 잡고 있지 못하면
정작 아무것도 담지 못한 채 안타까워 하며 바라볼 수밖에 없는데...

과연 나는 어떤 자리에서 어떤 태도로 내 삶의 태양을 바라보고 있을까?

가슴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일출을 보면서도 
정작 카메라로 그 아름다움을 담을 수 없는 자리...
그 때문에 더더욱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그러기에 일출이 더 아름다웠던 것 같다.

오늘 비행기에서 맞은 일출...
나에게는 아주 특별한 일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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