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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봉사 체험 - 그 소중한 만남

Free Backpacker의 여행 이야기/아시아

by Free backpacker 2012. 2. 16.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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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의 중고등부 아이들 11명과 함께 캄보디아 봉사를 다녀왔다.

봉사활동을 가면서 우리가 힘들게 살아가는 분들을 찾아가서, 그분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 주고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많은 것을 얻어 온 것은 우리들이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그분들이
내 영혼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다... 그리고 세상을 전혀 다른 눈으로 보게 만들었다.
캄보디아에서의 시간들은 내 삶의 전환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너무나도 큰 울림을 만들어냈다.
그 큰 울림을 도대체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나눔과 봉사...
가진 것 많은 내가 가진 것 없는 불쌍한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나누어 주는 것을 봉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진정한 나눔이 아니라 단순한 동정이 아닐까?
또 불쌍한 사람들을 거지취급 하지 않고, 그들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한다고
정당한 값을 주고 물건 하나 사주는 것,
그것 또한 가진자로서 베푸는 작은 동정은 아닐까? 

진정한 나눔, 진정한 봉사는 무엇을 얼마나 주었느냐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진정한 나눔이 되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그 사람과 마음으로 만나 친구가 되어 주는 것이라는 사실...
동등한 사람과 사람으로, 마음과 마음으로 서로 만남으로써 진정한 벗이되어줄 때,
그것이 진정한 봉사와 나눔일 수 있다는 사실...
이번에 가슴으로 깨달은 것이다.

현지인들의 집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그들의 아이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은 마음으로 그들을 만나게 했고,
그 만남이 우리 아이들과 내 가슴에 엄청난 울림을 만들어냈고
참으로 놀라운, 기적과도 같은 변화를 만들어 냈다...

이 놀라운 변화, 놀라운 체험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틈날 때마다 블로그에 정리를 시도해 보려 한다...
언젠가 마음이 무뎌지고 타성에 젖은 눈으로 세상을 보려 할 때,
그 소중한 체험들을 되새길 수 있게 하기 위해...


시아누크빌에서 처음으로 한 일은 집을 고쳐주는 일이었다.
불에 탄 저곳이 주방이다...
혼자 사시는 할머니 집인데 집을 고쳐줄 사람이 없어서 저렇게 살고 계셨다.

살이 익을 것 처럼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땀은 줄줄 흐르고...
힘든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못마땅했는지 아이들은 선뜻 나서질 않는다.
캄보디아 친구들은 움직이는데 우리 아이들은 얼음물을 찾으며 그늘에서 쉬려한다.
내가 봐도 우리 아이들이 정말 얄밉기만 하다...

 

그런데 캄보디아 아이들은 전혀 짜증내는 기색 없이, 한국 친구들을 원망하는 눈빛 하나 없이
아니 오히려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으며 묵묵히 일을 한다.
솔직히 인솔자로서 우리 아이들이 부끄럽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잔소리 하지 않고, 짜증 내지 않고 그냥 기다려 보기로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녀석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엄마의 잔소리에도 꿈쩍하지 않는 이녀석들이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는데 주섬주섬 망치를 주워들고 덤벼든다. 여자 아이들까지 말이다...

 




서툰 망치질이지만 정성을 다 기울인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더워 죽을 것 같다거나 시원한 물이 없다는 불평도 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캄보디아 친구들과 함께 웃으면서 조금씩 하나가 되어간다.


못질을 해서 기둥을 세우고 철사로 짚 같은 것을 엮어서 고정시킨다.
할머니를 위한 정성이었을까? 한땀 한땀 철사를 엮어 고정시키는 아이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대충 빨리 해 치울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튼튼하게 하려는 아이들의 마음 씀씀이가 나를 감동시킨다.


누가 한국 아이들이고 누가 캄보디아 아이들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한 덩어리가 되어있다.

잘 되지도 않는 영어로 어설프게 의사소통을 하면서 같이 까르르 웃고,
집주인 할머니께서 사다주신 한 덩어리 얼음을 통에 넣고 거기에 물을 부어 시원하게 만들어서
한잔 떠서 캄보디아 친구들에게 먼저 가져다주는 아이들의 놀라운 변화...


이 아이들을 이렇게 행동하게 만든 힘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 누구도 잔소리를 하지도 않았고, 각자에게 해야 할 일을 배당해 준 것도 아니었는데...

마음과 마음이 만나고 함께 생활하면서
작지만 큰 변화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이 날, 아이들이 진짜로 말끔하게 고친 집은
캄보디아의 가난한 할머니의 집이 아니라,
늘 수동적으로 끌려가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고, 타인과 마음을 나눌 줄도 모른 채
그저 투덜대고 못마땅해 하며 세상을 향해 닫아둔 채 조금씩 무너지고 있던 
자신들의 마음의 집이었을지도 모른다.

가진 것 없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분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
그분들이 보여주었던 미소와 사랑, 그리고 따뜻함이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했기에 
하루를 정리하는 나눔 시간에, 또 그곳을 떠나올 때
하나같이 진심어린 눈물을 쏟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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