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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경계... 네팔 파슈나트 사원

Free Backpacker의 여행 이야기/아시아

by Free backpacker 2012. 5. 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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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간 곳은 공항 근처에 있는 파슈나트 사원이었다.

이곳은 네팔 사람들이 가장 거룩하게 생각하는 최고의 힌두교 사원이라 한다.

시바신을 모셔놓은 이 신전은 힌두교 신자가 아닌 사람은 출입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신전 주변을 둘러볼 수밖에 없었다.

 

신전으로 향하는 나의 시선을 한 눈에 끌었던 것은 정체 불명의 저 연기였다.

불에 타고 있는 저것은 바로 시신이었다. 즉 이곳이 화장터였던 것이다.

네팔 사람들이 가장 거룩하게 여기는 곳이 이 사원이기에

사람이 죽으면 이 사원에 모셔와서 저렇게 화장을 한단다.

 

 

 

 

 

 

고인을 모시는 화장터가 너무 지저분했다. 아니 너무 더러웠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물 위엑 가득한 저 쓰레기 같은 것은 쓰레기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화장을 다 마친 다음에 타고 남은 재를 그대로 저 개울에 쓸어버린다는 것이었다.

  

 

 

 

 

저렇게 시신이 다 타면 그냥 그대로 쓸어서 개울에 버린다는 것이다. 

어떻게 시신을 태우고 그냥 그렇게 버릴 수 있는지...

우리와는 너무나도 다른 문화가 충격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저 장면이었다.

시신을 태워서 버린 그 개울, 보기에도 너무나 더러워보이는 그 개울에서

저렇게 천연덕스럽게 발가벗고 물장난을 하며 노는 아이들이 있고,

그 옆에는 시신에서 나온 금붙이를 찾는 사람이 있었다.

 

네팔에서는 고인이 평소에 즐겨하던 반지나 목걸이를 그대로 시신에 끼워서 화장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금 같은 것은 불에 태워도 녹지 않으니까 재를 그대로 개울에 쓸어서 버렸을 때

잘 찾으면 반지나 목걸이를 찾을 수 있고, 그것이 수입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참 여러가지 느낌과 생각이 들었던 장면이다.

 

 

 

우리가 저곳에 있을 때, 또 시신 한 구가 들어왔다.

이 개울 역시 거룩한 개울이기에 개울 옆에 시신을 모셔놓고

개울 물을 떠서 가족들이 시신에 부으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

저렇게 기도를 하고 시신을 태우는 곳으로 옮겨 태우게 된다.

 

거룩함은 커녕 최소한의 정결함도 갖추지 못한 더러운 화장터, 

그리고 시신을 그냥 재와 함께 물에 쓸어 버리는 이들의 장례문화가 처음에는 충격이었고 거부감도 있었다.

그런데 네팔 여행을 마치고 난 지금,

저 곳은 내 마음 안에 가장 깊게 남아있는 곳이 되어버렸다.

 

엄숙하고 장엄한 절차를 따르는 우리의 장례 예법의 틀로 그들의 문화를 보니

거룩해 보이지도 않고 정성스러워 보이지도 않고, 참 이해하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네팔을 다니며 그들의 문화와 삶을 만나보니

이들은 그런 규정이나 형식보다는 모든 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듯 했다.

 

 

사람이 죽으면 그냥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 이기에 무덤을 만들 필요도 없고,

시신을 태운 재를 그냥 쓸어서 물에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것 뿐이었다.

또 시신을 태운 재를 개울에 버렸다 해서 그 물이 오염되거나 더러워지는 것이 아니라

그 물은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것 뿐이고

그러기에 그 물에서 수영도 하고, 금붙이도 건지면서 그냥 그렇게 현실을 살아가는 것은 아닐런지...

 

네팔에서는 비둘기도 신이고, 강아지도 신이고, 소도 신이고...

우리가 보기엔 지저분하고 비합리적이이지만

이들은 그렇게 세상의 모든 것들과 마음으로 만나고, 그렇게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고 있었다.

 

시신을 함부로 처리해서는 안되고, 또 시신을 태운 재를 그냥 버려서 저렇게 물을 더럽게 오염시키면 안 되고,

저 더러운 물에 들어가서 놀면 병에 걸리고 하는 생각들은

어쩌면 우리가 사로잡혀 있는 또 다른 틀 때문이 아닐까?

 

삶도, 죽음도 그냥 그렇게 어우러져 지나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자연스런 삶의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또 그렇게 죽음과 삶이 어우러진 그 물을 더럽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일상의 환경으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뛰노는 어린 아이들을 통해

또 삶이 그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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