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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성당의 성탄 구유

영혼이 머무는 자리/하느님 그리고 나...

by Free backpacker 2011. 12. 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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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전지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스스로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연약한 인간으로 태어나셨다...
인간과 온전히 같아지시기 위해...

인간 세상 안에서 인간의 조건을 지니고 살아가셨기에
인간이 겪어야 하는 모든 삶의 아픔과 기쁨을 당신의 아픔과 기쁨으로 받아들이셨던 분...
때문에 그분께서 주시는 위로는 추상적이고 피상적인 위로가 아니라
당신의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올라오는, 진정한 위로일 수 있었을 것이다.


 

너무나도 평화로워 보이는 아기 예수님...
2000년 전 아기예수님께서 탄생하셨던 마구간을 재현해 놓은 구유...
저 앞에 조용히 앉아 있노라면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고요히 잠들어 있는 아기와 그 아기를 사랑 어린 눈으로 지켜보시는 마리아와 요셉...

언뜻 보면 참으로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인다.
그러나 2000년 전 마구간이 정말 평화롭고 아름다웠을까?
방 한칸 구하지 못해 짐승들 틈바구니에서 아이를 낳아야 했던 어머니...

소똥, 말똥 냄새가 자욱하고 바람은 사정없이 휘몰아 치는 그 처절한 환경 속에서

그나마 짐승들이 아기를 밟지 못하게 지키려고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눕혀야만 했던 어머니...
그리고 그런 아내를 지켜보아야 했던 남편...

너무도 서글프고 가슴아픈 그 장면이 재현되었는데
우리는 그 안에서 포근함과 따뜻한 사랑을 느끼고 묵상한다...
어찌 보면 참 어이없는 모순된 상황이다.
하지만 그것이 마구간이 지닌 진정한 희망인걸?




해산하는 여인에게 방 한칸 내어 주는 사람이 없다.
사람들의 거부와 무관심 속에 쫓겨 들어간 곳이 짐승들의 똥냄새 가득한 마구간이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외면한 바로 그 초라한 곳,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갖추어지지 않은 너무나도 열악한 이 곳이
세상을 구원하시는 하느님께서 인간의 역사에 내려오시는 첫 자리,
하느님의 구원이 이루어지는 첫 자리가 되었다...


그분은 잘 준비되어 있고 모든 것이 제대로 갖추어진 그런 곳을 골라 찾아오시는 분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외면하고 거부하는 그 초라한 자리를 제일 먼저 찾아오신다는 것이다.
이것이 마구간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가장 큰 희망이다.




일상 속에서 하느님께 마음을 내어드리고 하느님의 뜻을 따른다는 게 너무나도 어렵기만 하다.
사실 정신없이 살아가다 보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쯤 와 있는지조차 알아차리지 못한다.

오직 나만의 계획, 나만의 뜻이 가득할 뿐 그분의 자리는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그분은 이렇게 아무것도 갖추어지지 않은,
철저하게 당신의 자리를 지워버리고 외면하며 살아온
바로 그 마음을
제일 먼저 찾아오신다는 것이다.


바로 그 자리가 나에게 버려진 마구간이니까...
그 마구간에 하느님께서 아무 말 없이 조용히 태어나심으로써 나는 내 마음안에서 그분을 만난다...

내가 그분께 정성껏 무언가를 준비하고, 내 마음을 내어드려서가 아니라

그분께서 그 버려진 자리를 찾아오시기에  
나는 그분께서 주시는 새로운 평화와 희망을 만난다는 것이다...




우리 성당...
아직 땅도 없고 상가 지하에 초라하게 세들어 살고 있는데
이 성당에도 이렇게 예수님께서 찾아오셨고,
많은 신자분들이 그 예수님 안에서 새로운 위로와 희망을 얻으며 성탄 대축일을 보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참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데
이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이 곳에 그분께서 함께 하심으로써
오히려 세상에 전정한 평화를 전해주는 희망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마구간에서 태어나셨기에 우리는 그 안에서 또 다른 희망과 위로를 만나게 된다...
새로 나신 아기 예수님께서 주시는 은총과 평화는
이렇게 가장 초라하고 비참한 곳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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