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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아픈 역사 - 난징 대학살 기념관

Free Backpacker의 여행 이야기/아시아

by Free backpacker 2011. 9. 7.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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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징 대학살'...
고등학교 때 세계사 시간에 얼핏 들었던 것 같은데...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기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곳.
난징을 방문하게 되었을 때, 막연하게 한번쯤 들러보지 뭐... 이렇게 별스럽지 않게 생각했던 곳...

그런데 난징 대학살 기념관에 도착해서 내리자마자 눈에 들어온 저 동상을 보는 순간
마음이 숙연해 지면서 마음 한켠이 아려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젊은 여인이 축쳐진 아이의 시신을 들고 울부짖는 모습을 조각해 놓은 엄청난 크기의 조각상...
그 앞에 서자 엄마의 한맺힌 절규가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았다.


이곳을 찾았을 때, 비마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과 비에 젖은 조각에서 전해지는 그 느낌은 작은 충격이었다.
나와 아무 상관도 없는 중국의 역사라고 생각했는데
무언가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마음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이 여인의 조각상을 지나자 난징 대학살 당시의 상황을 담은 작품들이 죽 늘어서 있었다.
작품 아래에 쓰여진 설명과 이 거친 조각들이 전하는 생생한 느낌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국적을 뛰어넘어
중국과는 아무런 연관도 지니고 있지 않은 외국인인 나의 마음까지도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조각상 하나하나가 마치 자신들의 그 고통을 생생하게 이야기하는 것만 같았다.
게다가 비까지 내리다보니 더더욱 분위기가 무겁게 느껴지고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기념관 안에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어쩌면 가슴아픈 역사를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단순한 기념사진 정도로 받아들이지 않게 하려는 것은 아니었을까?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 다는 것 자체가 희생자들의 넋을 볼거리로 전락시키는 것 같기도 하다...
사진을 찍지 않는 것이 가슴으로 느끼고 조용히 내면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에 몇 번 갔으면서도 정작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특별한 느낌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곳은 정말 달랐다.
이들은 자신들의 그 가슴아픈 역사를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그 역사를 분명하게 후손들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난징 대학살을 경험한 당시의 증인들의 생생한 증언들을
파일로 정리해 놓은 곳이었다. 대략 3층 정도 높이의 벽면에
증언자들의 이름이 각각 붙은 파일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고
기념관 안에는 그분들의 얼굴 사진은 물론이고 육성 증언이 계속 상영되고 있었다.

기념관을 돌고 났을 때, 외국인인 내 마음 안에도 그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진 것은 물론이고
일본의 만행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역사"라는 것에 대해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적어도 이곳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역사 인식의 중요성과 생생한 역사적 메시지를 누구에게든 전해줄 수 있는 힘을 지닌 곳이었다.

 

  



난징 대학살은 1937년 12월 13일부터 1938년 1월까지 자행되었다.
그 짧은 기간 동안 300,000명이 희생되었고,
이를 계산해 보면 12초에 1명씩 희생되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끔찍하고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곳곳에는 이를 기억하기 위한 흔적들이 이렇게 아로새겨져 있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희생자들의 영혼을 기리는 제단에는
사람들이 꽂아놓은 향과 불이 저렇게 타오르고 있었다.
전혀 알지도 못하는 다른 나라 사람이지만 나도 모르게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그분들의 영혼의 안식을 빌며 짧은 기도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매우 인상깊었던 곳이다.
희생되신 300,000만명을 기억하는 벽 앞에는
평화의 종이 매달려 있었다.

'용서는 하지만 잊지는 말자'는 메시지처럼
과거의 그 아픈 역사를 보복과 분노로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희생되신 분들의 깊은 한을 평화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염원이 이방인인 나에게도 마음으로 전달되었던 곳이다. 


그리고 대학살 기념관 출구에는 이렇게 평화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입구쪽에는 축쳐진 아이의 시체를 안고 절규하는 엄마가 있었다면
출구에는 아이를 가슴에 안고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날리는 동상이 서 있는 것이다.

역사를 기억하고, 그 역사의 의미를 생생하게 가슴에 담지만
똑같은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화해와 용서 그리고 평화를 지향해야 한다는 깊은 의미가
마음으로 고스란히 느껴졌던, 나에게는 매우 특별한 역사공원이었다.

그리고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 새로운 느낌을 갖게 되었다
또 한편으로...
우리도 그와 비슷한 한의 역사를 갖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우리 역사에 대해 얼마나 기억하고 전달하려 하고 있는지 반성도 하게 되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독립기념관이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 이정도의 깊은 역사적 고민과 아픔을 느껴보지는 못했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남의 나라 역사 기념관에서 느낀 그 깊은 감정을
내 나라의 기념관에서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이 못내 아쉽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우리 역사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매우 절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던
참 소중한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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