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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담는 곳 - 군산 경암 철도마을

Free Backpacker의 여행 이야기/우리땅과의 만남

by Free backpacker 2011. 7. 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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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경암 철도마을에 다녀왔다.
친구 하나가 경암 철도마을로 사진을 찍으러 가자고 이야기 했을 때,
철도마을 이라는 말에 막연하게 끌렸다. 기차 너무 좋다...

블로그 검색을 통해 그곳의 사진을 보니
사진들이 하나같이 뭔가를 이야기 해 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한동안 사진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곳에 간다는 설레임과 기대 속에 철도 마을을 다녀왔다
.

 



설레는 마음을 군산에 도착해서 이마트 길 건너편에 있는 철도 마을을 찾았다.
한쪽에는 아파트 단지가 있고, 길 건너에는 이마트가 있는 곳...
이런 곳에 사진에서 봤던 그런 마을이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오래된 이 양철집을 보는 순간 느낌이 팍 왔다.
아파트와 대형마트라는 현대화된 문명 사이에 꿋꿋이 서 있는 빨간 양철집...
마치 마법의 세계로 들어가는 표지인 것만 같았다.
그 양철집 옆 조그만 골목으로 들어서는 순간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골목을 꺾어 들어오자 마자 펼쳐진 풍경이다.
널찍한 아스팔트 대로에서는 그 흔적조차 보이지 않던 철로가
소박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고,
그 주변으로 작은 나무와 풀들이 소박한 아름다움을 한껏 드러내고 있었다.

시간마저 멈추어 버린 듯 한 곳...
2011년 대형 마트와 아파트 사이에 이런 곳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믿겨지지 않았다.

이 철도는 1944년에 신문용지 재료를 실어 나르기 위해 준공되었고,  총 길이는 2.5㎞라고 한다.
이 철도는 '북선제지 철도' '고려제지 철도' '세대제지 철도' '세풍 철도'라고 불리다가
최근 들어서 '페이퍼 코리아'선으로 불린다고 한다.

집에서 문을 열고 나오면 바로 철길이 나오는, 상당히 특이하고 조금은 위험해 보이는 이곳...
하지만 2008년도 부터 열차 운행은 중단되었고, 이제는 철길만이 여행객들을 맞아주고 있었다.


기차길과 아주 오래된 옛날 양철집과 허름한 집들이 아주 특별한 느낌을 만들고 있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날아온 듯한...

이곳에 사시는 분들은 이런 특별한 풍경을 매우 소중히 여기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분들의 삶의 방식마저도 우리의 삶과는 다른 것만 같았다.
햇빛에 고추를 말리는, 이제는 찾아 보기 힘든 낯선 풍경...

오래된 집들과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로...
자칫 삭막함과 황량함을 안겨줄 법도 한데
이런 삶의 흔적들이 이 정지된 풍경 속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었다.

그리고 철길 옆 그 작은 공간에 정성스럽게 가꾸어 놓은 꽃들과 소박한 삶의 흔적들은
너무나도 풍요롭게, 그리고 인공적인 공간에서 살아가는 나에게
오히려 소박한 아름다움과 마음의 넉넉함을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이곳은 사진에 풍경을 담아가는 곳이 아니라

잃어버린 시간과 넉넉한 마음을 담아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로 그 시간 속에 마음껏 머물다 돌아올 수 있었다.

 


특별히 화려하다거나 엄청난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었다.
딸랑 철로 하나와 주변에 오래된 집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참 많은 느낌들을 전해주었다.

화려한 볼거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익숙해진 나에게
넉넉한 마음으로 조용히 머무를 수 있는 그런 풍경이 존재함을,
화려하고 웅장한 데서 오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소박하고 평범한 것들에서 오는 아름다움이 마음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음을 알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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