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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순교성지 - 갈매못

영혼이 머무는 자리/하느님 그리고 나...

by Free backpacker 2011. 10. 6.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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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예비신자들과 함께 갈매못 성지에 다녀왔다.
보령 오천항 옆에 있는 갈매못 순교성지.
마치 바다가 앞마당처럼 펼쳐져 있는 곳...
성지에 내리자마자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아름다운 경치는
메마른 내 마음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었고, 평온함을 한껏 느끼게 만들었다.


너무나도 평화롭게만 느껴지는 풍경이다.
나무 뒤로는 좁은 차도가 하나 있고, 그 도로 옆은 바로 백사장이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경치는 이곳이 피로 물든 자리라는 것을 전혀 생각지 못하게 한다.
나도 처음에는 한껏 여유와 풍경을 즐겼다.

그러나...
미사 시간에 성지 신부님의 강론을 듣고 내려온 뒤에는 이 자리 앞에서 마음이 숙연해졌고,
순례를 갔던 우리 모두는 이 자리에서 큰 절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순교성인비와 순교 복자비가 서 있는 바로 이 자리는
이곳에서 순교하신 5분의 머리를 장대에 꽂아 매달아 두었던 자리라고 한다.


파리외방 전교회 소속 프랑스인 성직자인 성 다블뤼 안토니오 주교님, 성 오메트르 베드로 신부님, 성 위앵 민 마르티노 신부님과
성 황석두 루카, 성 장주기 요셉 이렇게 다섯 분이 주님 수난 성 금요일에 함께 순교를 하셨고
모두 성인 품에 오르셨다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던 프랑스를 뒤로 하고, 죽음의 땅인 조선을 찾아왔던 신부님들...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 자신과 전혀 상관 없는 조선의 백성들을 위해
모진 고생을 하며 기꺼이 조선으로 향했던 그분들의 마음...
그 마음이 깊이 느껴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아니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조차 없는 것 같았다.

 

 
순교자 기념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옛 성당의 모습이다.


현재 미사가 거행되고 있는 성당의 제대...
다섯 분의 순교자를 붉은 색으로 형상화 시켜 놓은 듯 하다.
특이한 것은 저 스테인드 글라스를 문으로 해 놓았다는 것이다.
미사가 끝나면 저 스테인드 글라스를 양쪽 옆으로 여는데
바로 이런 광경이 펼쳐진다.


한 눈에 성인들께서 순교하신 바닷가가 내려다 보인다.
지금은 평화롭고 아름답기만 한 이곳...
잔혹했던 사형장의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이곳에는 분명 순교자들의 피가 배어 있고, 그 피는 바로 내 신앙의 뿌리인 것이다.


성당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십자가의 길...
인간을 위해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 그리고 그 예수님을 위해 피를 흘리셨던 순교자들...
서로가 서로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바치셨고, 그 깊은 사랑으로 완전히 하나가 되셨다.

나는 과연 무엇을 내어 드리고 있는가?
나는 그분 안에서 무엇을 발견하고 어떻게 그분을 따르고 있는가?




순교자들이 피를 흘리신 이 거룩한 땅에서
하느님께서 주신 자신의 아름다움을 한껏 드러내며 하늘을 향해 피어있는 코스모스...
저렇게 묵묵히 내 삶의 자리에서 내가 지닌 아름다움을 드러낼 때
비로소 나를 통해 그리스도의 향기가 풍겨져 나올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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