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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담은 어두움 - 역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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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에 반사되는 태양 빛이
똑바로 바라보기조차 힘들만큼 눈이 부셨다.
물결이 가득 머금은 그 눈부신 태양빛이 아름다워 조용히 셔터를 눌렀다.

그러나...
역광이라 이렇게 새카맣게 나왔다.

눈부신 빛을 담으려 했는데
그 빛은 오히려 주위의 모든 것들이 담은  고유한 빛을 지워버렸고
온통 새카맣게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모든 빛이 사라져 새카맣게 된 사진 안에
태양 빛만은 여전히 눈부시게 빛난다
아니, 세상이 지닌 고유한 색을 다 흡수해 버림으로써
태양이 담은 눈부신 빛을 오히려 더 아름답게 드러내고 있다

빛 자체를 사진 안에 담으려 했을 때
세상의 모든 것들이 제 빛을 잃고 새카만 어둠으로 드러나지만
빛 그 자체는 그 어둠 속에서도 저렇게 환하게 자신의 빛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

내 삶 안에서 내가 가슴에 담고자 하는 수 많은 것들...
하지만 살아가다 보면 저 사진처럼
내 마음 안에 담고자 했던 많은 것들이
제 빛을 잃고 새카맣게 모습을 드러낼 때가 있다

그리고 나는
내가 담고자 했던 삶의 향기를 담아내지 못하고
새카맣게 드러난 삶을 보며 잘못된 사진이라고 섣불리 판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역광 때문에 세상의 모든 것이 까맣게 담긴다 하더라도
빛 그 자체만은 그 짙은 어둠에 묻혀버리지 않고
저렇게 눈부신 빛으로  오히려 자신을 더 분명하게 드러낸다

내가 궁극적으로 담아내고자 하는 그 빛은
저 새카만 사진 속에서 오히려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빛의 아름다움을 인식하지 못한 채
역광이라 사진이 안 나왔다고, 완전 새카맣다고 버릴 수도 있다는 것...
빛을 담고자 했고, 빛이 제대로 담겼는데
그렇게 담긴 찬란한 빛을 보지 못한 채
새카맣게 드러난 주위의 어둠만을 보고 제대로 나온 사진이 아니라며 버릴 수도 있다는 것...

참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내 삶이라는 사진 속에 내가 담아내고자 하는 빛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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