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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에서의 미사

영혼이 머무는 자리/하느님 그리고 나...

by Free backpacker 2012. 10. 1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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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딱히 나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제주도의 한 마을일 뿐이었다.

그러나 작년, 강정 마을에 들러 강정의 아름다움을 깊이 만나고,

인간의 욕망에 의해 소리없이 죽어가는 생명들의 울부짖음을 마음으로 생생하게 느끼고

또 그 소중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켜내기 위해 한 마음이 되어 애쓰시는 분들의 진심을 만나면서

그 작은 마을은 내 마음에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지금까지 두 번 강정마을에 들렀는데

들를 때마다 강정은 내 마음 안에 참 많은 생각과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이번에 세번째로 강정마을에 방문을 했다.

이번에는 올레길을 걸으면서 강정을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미사에 참여할 목적으로 강정마을에 갔었다.

 

매일 미사가 봉헌되지만 지금껏 한 번도 동참하지 못한 미안함,

강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께 작은 힘이라도 되어드리고 싶은 마음,

그리고 하느님께서 부여하신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이 세대의 논리를 막는 데에 동참하고자 하는 마음...

참 여러가지 마음들이 강정을 향하는 내 걸음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미사를 하는 천막에 도착했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현수막...

이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우리 시대에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왜 이곳에서 매일 미사를 봉헌하는지를 함축적인 언어로 전달해주고 있었다.

 

마음에 지향을 되새기며 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 날, 참 많은 분들이 미사에 오셔서 천막 안에는 자리가 없었고,

그래서 길 건너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옆에서 마이크를 잡고 성가를 부르시던 자매님...

차들이 씽씽 지나다니고, 매연과 소음이 가득한,

그래서 거룩한 분위기라고 결코 말할 수 없는 참으로 열악한 환경이지만

함께 모여 미사를 봉헌하는 사람들의 마음 안에 담긴 진심어린 작은 염원들이

이 미사를 살아 있는 미사로, 가장 거룩한 제사로 만들고 있었다.

 

길거리에서 초라하게 바쳐지는 미사였지만

이 미사는 십자가의 제사를 온전히 재현하는, 미사의 본질적 의미를 고스란히 되살리는

아름답고 거룩한 미사였다.

 

 

 

 

 

철조망과 "강정 마을에 평화의 바람을!"이라는 문구, 그리고 누군가 꽂아놓았을 조화...

 

철조망으로 상징되는 강정의 현실,

평화의 바람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작은 마음이 모여 봉헌되는 정성스런 미사

그리고 그 염원들이 모여 언젠가 이루어질 희망의 꽃 한 송이...

 

이 작은 풍경은 너무도 많은 것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미사가 끝난 뒤, 공사 현장쪽을 향해 돌아 앉아 강정의 평화를 빌며 묵주기도를 인도하시는 자매님...

미사 때도 저렇게 무릎을 꿇고 자세 한 번 흐트리지 않으시던데...

저 분의 마음 안에 담긴 간절함은 보는 사람마저 숙연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미사가 봉헌된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

함께 묵주기도를 봉헌하며 자리를 지키고 계신 신부님 두 분...

 

강정마을...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기가막히게 아름다운 마을...

그런데 이 마을이 이렇게 갈등과 분열과 아픔의 자리가 되어버렸다.

때문에 이 마을은 새로운 평화가 시작되는 평화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기도하며 마음을 모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이 작은 마음들이 모여 매일 미사를 봉헌하고 기도하며 하느님의 정의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에

분명 하느님의 정의는 이 땅에서 실현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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