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완전함에 대한 단상 - 로마 판테온

Free Backpacker의 여행 이야기/유럽

by Free backpacker 2011. 9. 9. 11:30

본문


 


판테온을 두고 "천사의 설계"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만큼 완벽하고 아름답다는 뜻이겠지...
그 완벽한 건축물의 천장에는 지름 8.2m의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다.

지붕에 구멍이 뚫려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기준에 의하면

이건 절대로 완벽한 건축물일 수 없을 뿐 아니라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처음 판테온에 들어가 구멍을 보았을 때,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왔던 게 아니라 비가 오면 어떻게 하지?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구멍이 뚫려 있으니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완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내 사고의 틀이 먼저 작동을 한 것이다.

하지만 판테온은
완벽하게 채워져야 하고 메꾸어 져야 완전할 수 있다는 우리의 통념에 도전장을 던진다.

구멍이 뚫려 있음에도 비가 들이치지 않는다...
채워져야 할 것이 채워져 있지 않음에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완전함이 아닐까?

그제서야 천장의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밝은 빛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이 눈에 보인다.

 

 


완전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우리는 참 많은 애를 쓰며 살아간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갖출 수 없고, 세상의 모든 기술을 다 습득할 수 없음에도
부족하면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뒤쳐지면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정작 발견해야 할 내 삶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 채 내달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근데 완전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다 메꾸어서 완전해 지는 것은
완전한 것이 아님을 판테온은 이야기 해주고 있었다.
완전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기에 더더욱 위대한 건축물이 된 판테온...

어쩌면 나도 마찬가지 아닐까?
모자라고 부족한 구석이 많고, 완전함과는 전혀 거리가 멀지만,
때로는 아픔과 갈등, 상처와 고민으로 인해 힘들 때도 많지만
그래도 내 삶 안에는 웃음이 있고 기쁨이 있고,
또 나의 모자람과 부족함을 채워주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고...

내가 모든게 완벽하다면 주위 사람의 도움이나 배려가 아무런 필요도 없겠지...
하지만 부족한 구석이 있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그 부족함은 부족함이 아니라 더 큰 완전함을 만들어내는
판테온의 천정 구멍과 같은 것이 아닐까?

 

 

 


거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판테온의 외관...
내부에 비해 외관은 초라하기만 하다.
하지만 저런 외적인 초라함이 내면이 담고 있는 위대함을 절대로 손상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유구한 역사의 흔적을 드러냄으로써 그 위대함을 더 부각시킬 뿐...

판테온...
건물도 건물이지만 나의 가치에 대해, 나의 내면의 부족함에 대해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던 잊을 수 없는 곳이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건물 하나가 인간의 내면에 대해 돌아보게 만들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이것도 판테온이 지니고 있는 완전함의 힘이 아닐까?

 

관련글 더보기